말괄량이와 친구가 되는 법 1: 제발 나 좀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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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손
밤이네요. 일주일의 밤 중에서도 목요일의 밤. 목요일의 밤~
('목요일의 밤~'을 이을 말을 떠올리는 데에 실패…)
오늘 메일에서는 어제 예고한대로 뮤지엄헤드에서 열린 전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대해 쓰고자합니다. 총 2회 방문하였는데요. 메일을 구성지게 쓰려고하면 또 한세월이 걸릴 것 같아 오늘은 1회차 관람에 대해서만 쓰겠습니다.
1. 이나하
전시장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이나하의 페인팅입니다. 처음 봤을 때 무척 난감했어요. 제가 전시를 처음 볼 때는 서문이나 캡션을 감상 중후반까지 보지 않아서요. 왼쪽 페인팅의 경우는 실물로 봤을 때 어떤 구체적인 상이 연상되지는 않아서 감상 시작부터 “저건 뭐지..?” 싶었습니다. 반면에 오른쪽 페인팅의 경우는 페인팅 상단부에, 살구색으로 칠해진 도트가 하나 있더군요. 그 살구색 도트가 하나 있으니 이 페인팅이 포트레이트 사진(디지털 이미지)을 확대하여 저화질이 된 픽셀들의 모음 같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나는 사람인데 하나는 사람이 아니네,,?" 싶었어요.
막 파랑으로 상징되는 남성은 더 근대적이고 인간중심적이라 인간의 형상을 주고, 빨강으로 상징되는 여성은 더 탈근대적이고 에코페미니즘적이라 인간의 형상을 하지 않고 초록색도 있는 건가? 이런 별 이상한 상상을 다 했는데요.
알고보니 작품 이름이
좌. <아이린_190722_USF>
우. <아이유_191123_서토콘>
더라고요. ^^
위에 나오는 사유로부터 출발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이 스테이트먼트를 읽고나니 느낀 점은 3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1) '아, 그런 전략으로 그리셨구나..'라는 작가의 의도 이해.
(2) 디지털 이미지를 옮겨놓은 캔버스를 스크린으로 가정했을 때, 회화 특유의 '텍스쳐'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그림을 가까이서 보다보면 저렇게 우글우글 거리는 캔버스의 텍스쳐가 보입니다. 원래 캔버스가 저랬을 수도 있는데 작가는 한 개의 셀을 위해 색을 직접 섞고 여러번 덧칠했다고 해요. 사실 그렇게 쌓여서 만들어지는 질감이 회화의 매력 중 하나이잖아요.
근데 캔버스를 도트 이미지/디지털 이미지의 지지체, 즉 디지털 스크린으로 놓고 생각을 해본다면? 그 텍스쳐는? 노이즈가 된다고하더군요. 그 부분을 읽고, '어 진짜 그렇네.. 캔버스를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3) 근데 사실 제가 제일 집중했던 건 다른 지점이었어요.
사실 저는 제목을 보고서도 왼쪽에 있는 아이린 그림이 사람을 그린 것처럼은 안 보였거든요. -> 사람이라고 유추할만한 힌트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혹시나 멀리서 보면 사람처럼 보일까싶어 2회차 방문 때는 실제로 멀리서도 한번 봐봤습니다.
사진으로 보니까 정말 사람같긴 한데요. 제 억울함은 여전합니다.. 아니 사람 피부가 어떻게 하얀색이지? 사람을 그렸으면 살구색을 조금이라도 넣어야 할 것 아니야!
후... 제가 왜 이런 거에 집착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손이 지난 메일에서 언급한 증폭 현상이 제게도 일어나고 있나 봅니다.
아 그리고 이 작업을 보면서 뜬금 없이 정말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디지털 디바이스를 보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흠칫 놀랐습니다. 이 작업을 디지털 화면이 구성되는 방식으로 캔버스를 채운 종류의 작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4) 아 그리고 왼쪽 오른쪽 그림의 픽셀 수 차이에 관해서 알게된 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제가 그에 관해서는 느낀 바가 별로 없으니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메일 coming soon~
고마워요.
재훈 드림
말괄량이와 친구가 되는 법 2: 무엇으로 태어났는지보다 어떻게 사느냐
재훈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