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와 ‘Tu’를 정말 같은 '투'로 읽어도 되는 것일까 1: 작가의 손
<안녕하세요, 손.
오랜만에 보내는 메일입니다.
부지런히 전시를 보고 메일을 쓰며 사유와 작업을 발생시켜야만 할 텐데, 보내는 메일이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4월이니까요.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전시는 성시경과 현남의 2인전 <Two Tu>입니다.
<Two Tu>는 휘슬Whistle과 P21, 두 곳의 전시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인데요. 이번 메일은 휘슬에서의 전시에 관한 감상입니다.
본 전시에서 성시경은 회화를, 현남은 조각을 선보입니다.
회화와 조각은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매체이며, 몇 번씩이나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고 있는 매체이고, 제가 교육받지 못한 매체입니다. 한 마디로 낯선 매체이죠. 더욱이 이 작업들은 현실의 무언가를 재현한 것 같지도, 그 힌트를 주려고도 하지 않아 감상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봤던 듯해요.
직관적으로 느낀 점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회화 작업들을 볼 때마다 가끔씩 느끼는 건데, 그냥 예뻐요. 하얀 캔버스를 채우고 있는 색이 예쁘고 그 색이 띠고 있는 붓터치의 세세함과 텍스쳐가 좋습니다. 보고 있으면.... 그냥 좋습니다. ^^;;
두 번째 그림의 경우 아래 민트색부터 좋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면, 바로 위에 있는 하늘색으로 시선이 옮겨가 또 좋다고 보고 있게 되고, 어느샌가 그 오른쪽에 있는 진청색의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무언가를 보고 있게 되어 또 좋고 그런 식입니다.
서문에 따르면 성시경의 회화는 '작업에 앞서 완성된 이미지나 전체적인 구성을 전제하지 않은 채 무의식적인 낙서나 프리 재즈에서의 극단적인 즉흥 연주처럼 임의의 붓질로부터 출발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점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만 현남 파트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회화를 계속 보다 보니 또 하나 발견한 것이 있어요.
바로 이 전시에서는 회화를 단독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
회화를 보려고 걸어가다 보면 조각이 시야 안에 무조건 들어와 있더라고요. 이 전시가 2인전인지라 “(되도록이면) 두 작가의 작업을 무조건 같이 봐야만 해!" 라는 의도를 가지고 디스플레이를 한 듯합니다. 그렇게만 보다 보니 정말 연관이 깊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것이 바로 주입식 교육의 효과인 걸까요?
현남의 조각에서 보인 것은 특이한 패턴, 곰팡이는 아닌데 곰팡이 같은 텍스쳐, 그 구멍 위에 올라가 있는 기물 이 세 가지입니다.
서문에는 무슨 '솔리드와 보이드의 역전을 통해 만들어진 공동', '축경', '네거티브 캐스팅' 등의 용어들이 있었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작품과의 거리감만 더 늘어났습니다.
이 거리감은 전시 감상 후에 제가 별도로 진행한 자료 조사로 메꿔지긴 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서문이 왜 이런 방식으로 쓰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있네요.
지금은 그래도 전시 서문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제가 처음 미술 전시를 볼 때 서문만 보면 혈압이 오르고 상상력이 감퇴하여 서문을 안 봐 버릇하게 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아, 어쩌면 한국에서 미술 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자신의 관객으로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텍스트의 난이도가 이 정도로 맞춰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대면했을 때 거기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역량을 '감수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한국의 교육은 그 감수성이나 호기심을 기를 기회를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밖에 주지 않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이 정도 난이도로 서문을 적는다는 것은 참...
왜 한국 미술은 자신의 관객수를 늘리려 하지 않는 걸까요? 자국민이 됐건, 외국인이 됐건요.
강정석 작가가 "작가는 전시를 하면 할수록 가난해진다"며 아티스트 피Artist Fee 연구 자료집 무료 배포한 게 갑자기 생각나네요.
이 이야기는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또 이야기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다음 메일에서는 현남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한 후 감상한 P21에서의 전시에 관해 적고자 합니다.
그래도 리서치를 진행해보니 큰 수확이 있었어요. 그럼 이번 주도 한번 성실하게 전시를 보고 메일을 적어봅시다.
컨디션 회복 잘하시길 바라요. 박카스 필요하면 말씀 주시구요! :)
감사합니다.
재훈 드림
'Two’와 ‘Tu’를 정말 같은 '투'로 읽어도 되는 것일까 2: 작가의 입
재훈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