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보러 갈래? -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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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는 미술 전시를 본 뒤 그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호기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을 나눕니다. 기존에 이루어졌던 하루에 하나 ‘메일Mail’이 전시를 본 뒤 주변 학우, 동료들과 나누는 편지였다면 새로운 컨텐츠 ‘전시 보러 갈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Worker와 나누는 대화입니다.

누군가와 같이 전시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이 전시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하는 동시에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은밀한 마음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좋아. 당신이 만든 것들이 좋다고. 당신이 만든 것들이 우리를 구원했어. 그것들이 좋고, 좋고, 좋고, 또 좋아. 이것들을 만든 당신의 얼굴을 보고싶어. 당신의 표정을 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숨겨왔던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우리는 용기 내어 그 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전시 보러 갈래?

정지돈은 글쓰기를 바탕으로 창작하는 한국의 소설가입니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예술뿐..” 이라고 말하는 그는 문학과 영화를 지반으로 삼아 건축, 미술, 무용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확장된 문학의 기쁨을 나누고 있습니다. 시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가까이 두는 라이브러리의 넓음, 문학 동인 '후장사실주의자', 미술 작가 김희천, 문화 연구자 안은별 등 동료들과 나누는 우정, 한국에서 문화예술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한 메타적인 조망을 하지만 자신의 시제를 지키는 모습이 저희에게 재밌게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진: 이여로

파티원: 재훈, 정지돈, 승주

방문 전시: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 (국제갤러리)

재밌는 삶. 이 대화는 전시를 본 뒤에 나눈 대화이지만 전시에 대한 것은 아닌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대화가 어디에 자리하고 사용되어질지 우리는 모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저 세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확인하고, 공감하거나 반박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좋음'을 나누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가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이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장 안 될 수도 있고요!




1부


1. 홍승혜 개인전 《복선伏線을 넘어서 II》에 관하여
- 승주: 전시 어떻게 보셨나요?
- 정지돈: 저는 홍승혜 작가가 디지털이라는 존재를 우리한테 매개해주는 매체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 재훈: … 네?

2. 개념과 이론, 그것들을 둘러싼 소문들에 관하여
- 정지돈: 매체 특정성, 장소 특정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재훈: 그 방향은 저희가 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죠. 전 제가 작품에서 본 것만 보고 싶어요. 신유물론이 작품과 제 사이를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3. 영상 작업에 관하여
- 승주: 탱크! 김희천 작가님의 《탱크(Deep in the Forking Tanks)》를 어떻게 보시나요?
- 정지돈: 어떤 장벽이 있는 작업들, 이론 없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작업들에 접근 가능해지는 과정이 특별할 게... 사실 없죠. 다만 지금 나한테 그냥 몇 가지 도구, 저 작품을 볼 때 사용할 도구가 없는 정도고 그 도구는 생각보다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내가 그냥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것들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못 느끼는 것뿐이다.




2부


4. 이론과 제도가 작업자에게 주는 영향에 관하여
- 정지돈: 저한테는 사실 이론이 이론처럼 안 느껴지고 언제나 그거가 그냥 작품처럼 느껴져요.
- 정지돈: 이 문단이나 문학계라는 곳에 특정한 프로토콜이나 매커니즘이 정해져 있는데, 사실 그런 게 보면 이상하잖아요.
- 재훈: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군가 무언가를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 그걸 같이 이상해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것 아닐까요?

5. 《굿-즈 2015》와 2023년 사이 담론장에 관하여
- 정지돈: 제가 블로그에 대해 궁금하다고 얘기했던 이유가, 사실은 학교에서 배우는 거 말고 외부에서 받는 영향 중에 뭐 문단이면 문단, 학계면 학계 같은 게 있는데 사실 그런 게 실체가 모호하잖아요.
- 승주: 트위터에서 형성되었던 그 장이 은근히 블로그로 많이 넘어왔다고는 느껴요.

6. 과거를 지나 현재, 공유될 수 있는 ‘좋음’에 관하여
- 승주: 과거가 많이 낯설다고 느껴지시나요?
- 정지돈: 지금의 제가 30대 초반의 저와 그렇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는데, 20대 때하고는 완전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뭘 믿고 있었는지도 잘 몰랐어요. 만약에 이론이라는 거 진짜 가치가 있다면, 이런 지점이지 않을까?

전시 보러 갈래? - 정지돈과 함께 (1)

재훈, 승주

2023.03.16

전시 보러 갈래? - 정지돈과 함께 (2)

재훈, 승주

2023.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