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보러 갈래? - 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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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하나>는 미술 전시를 본 뒤 그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프로젝트입니다. 호기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과 글을 나눕니다. 첫번째 컨텐츠인 하루에 하나 ‘메일Mail’이 전시를 본 뒤 주변 동료들과 나누는 편지였다면 두번째 컨텐츠 ‘전시 보러 갈래?’는 문화예술계 종사자와 나누는 대화입니다.
누군가와 같이 전시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그것은 그 사람이 전시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하는 일인 동시에 그 사람을 한 걸음 더 알아가고 싶다는 자연스러운 마음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좋아. 당신이 만든 것들이 좋다고. 당신이 만든 것들이 우리를 구원했어. 그것들이 좋고, 좋고, 좋고, 또 좋아. 으아아! 이것들을 만든 당신의 얼굴을 보고싶어. 당신의 표정을 보고,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숨겨왔던 마음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우리는 용기 내어 그 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박수지는 독립 큐레이터입니다. '큐레이터란 좋은 작품을 관객에게 매개하는 사람이다.' 라는 기본에 따라 《근사치》(Whistle), 《살, 돌, 기름》(WESS), 《토마》(토탈 미술관) 등의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개별 작가의 고유한 작업세계를 특정 이슈나 카테고리에 쉬이 귀속시키는 천하제일이슈파이팅 미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박수지 큐레이터는 이러한 경향을 보며 특정 주제어를 통해 작업을 ‘먼저’ 해석하는 일이 순서에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전시를 기획하기 전 작가와 인터뷰하는 과정을 꼭 거치는 이유는 그 대화를 통해 작품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작가의 공고한 가치관을 발견하려 함이겠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작품을 천천히 인지하고, 감각하고, 직관하는 ‹직관 연습 모임: 누스콥(Nouskop)›, 전시가 다루는 문제에 대해 4회차에 걸쳐 초대자의 비평문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 ‹대화› 등의 모임을 그녀가 계속해서 조직하는 이유는 예술가-작품-관객 사이의 사적이고 긴밀한 관계가 예술 활동의 기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미 검증된 지식과 담론에 대한 인덱스를 Must See & Follow 해야한다는 듯이 늘어놓는 일을 큐레이팅이라 부르는 작금의 미술계에서, 박수지 큐레이터는 예술 외부의 질문에 기대지 않는 추상의 가능성과 작품 감상에 내재한 대화의 가능성을 바라봅니다. 가장 최근에 그녀가 기획한 전시 《근사치》의 서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합니다. “우리가 수월하게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할 때, 그것은 예술의 무엇을 사랑한다는 뜻입니까?” ‘작품 감상’이란 사적이고 긴밀한 대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예술 본연의 접속 가능성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1. 지지킴의 <Nocturnal Animal>과 노혜리의 <플라워 햇(플로어)>
2. 예술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3. 작품의 진실은 주제가 아니다
- 남영: 최근의 미술에서 생태! 환경! 이런 식으로 카테고라이징 하는 전시들을 볼 때 ‘이게 미술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또 생각을 해보면 20세기 후반에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미술이 등장하는 시기가 있었고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미술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거지? 라는 고민을 가지며 대화를 나눴었어요.
- 박수지: 요즘에는 큐레이터의 일이 굉장히 확대되어서 거의 작가로서의 큐레이터와 비슷하게 생각이 되곤 하잖아요. 그런 이유로 주제 기획전도 많이 열리고 저 역시 그런 기획전을 했지만, 저는 결과적으로 기획자는 매개자라고 생각해요. 제일 우선시되어야 되는 건 작품, 그 다음이 작가. 그래서 큐레이터가 매개자로서의 기본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그 주제들을 징검다리 건너듯이 계속 뛰어넘는들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예술을 위한 것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들곤 하죠.
- 재훈: 저는 그 주제를 다루겠다는 선택이 종종 출마 행위로 보일 때가 있어요. 선거 유세할 때 후보자가 “국민 여러분, 저는 이 주제에 관해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으니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처럼요.
4. 박민희의 <처사가> / 현진님은 어떤 작업하세요?
5. 결속감 있는 자유, 그리고 직관에 대하여
- 지희: 큐레이터님과 관련된 글을 읽어봤을 때 ‘개인의 몸’과 같은 단어들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왔었어요. 아까 말씀하신 '나와 그 작품의 관계' 라는 표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요. '나'라는 지칭어에서도 느껴지듯 큐레이터님은 각 작품과 감상자가 맺는 관계를 되게 중요시하시는 것 같아요. 그것을 내가 느끼고 있고, 받아들이고 있다. 항상 그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여요.
- 남영: 이 점이 큐레이터님께서 소개 글에 항상 언급하시는 ‘우정’이랑도 연결되는 건가요?
- 박수지: 맞아요. 여기서의 우정은 인간들 사이의 소위 ‘인간적인’ 관계에 관한 우정이 아닌, 일종의 ‘메타포’겠죠. 저에게 있어 우정은 예술의 상태 자체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에 더 가까워요. 내가 나의 눈으로 이해한 예술의 상태와 상대방의 눈으로 이해한 예술의 상태를 우리가 어떻게 서로 지켜볼 것이냐에 관한 우정인 것 같아요.
동시에 이것은 직관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있죠. 내가 나의 눈을 믿는 방법, 내 눈에 뭐가 보이는지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보고, 그 보고 있는 것을 더 천천히 인지하는 과정에서 나의 시각, 나아가서 나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을 스스로 형성해 나가는 상태.
6. 혹시 종교가 있으세요?
7. 기후 위기와 좋은 예술, 그리고 나쁜 예술
8. 남영의 관심사와 퍼부해 / 그녀의 성실은 재능이에요
9. 아! 퀴어....
- 현진: 기획자님의 소개 글에는 퀴어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되는데, 말씀하시는 그 퀴어가 어떤 섹슈얼리티로서의 퀴어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퀴어를 어떤 맥락으로 말씀하고 계시는 건지 궁금했어요. 제가 느끼기로는 사랑, 우정, 종교, 퀴어 네 단어로 분류는 돼있지만, 이것들은 단어로 분리함으로써 분리되는 것이지 이전에는 어떤 총체이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 박수지: 맞아요. 방금 해주신 말씀이 맞고 제가 처음에 퀴어에 관심을 가졌을 때 그때는 어떤 퀴어 개념의 확장성을 당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퀴어 개념이 가지고 있는 ‘불온함’이라는 성질. 기존에 어떤 기준이나 위계가 있는 사회이든 간에 소위 불온한 상태는 역사적으로 시대적으로 사회나 지역에 따라서 다 달라지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요즘에 많이 보이는 퀴어 작업들은 주제와 정체성만 남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예술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접속 가능성 있잖아요. 내가 a를 봤는데 a를 보고 누구는 커피를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구는 나무를 생각할 수도 있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고 ‘퀴어 정체성’만 남아 있는 작업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 지희: 그런 퀴어에 대한 작품을 볼 때 저의 (경우) 당사자성이 없는 사람으로서 작품을 봐야 되는데, 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이미 포장되어 온 상태에서 경계를 만드는 것 같아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다 막는 느낌이에요.
- 재훈: 하지만 자신을 확실한 퀴어로 정체화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폐쇄성을 원하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심정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서 퀴어 관련한 무언가를 찾아다니고 헤매는 건데, 그러면 당연히 어느 정도 폐쇄적인 지식이나 커뮤니티를 찾고 싶겠잖아요. 퀴어 개념을 그렇게 끝까지 확장해서 생각해버리면 그 개념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은 더 이상 먹을 수 있는 언어가 없어지고 힘이 빠져요.
10. 재훈과 지희의 관심사 / 전시가 끝난 후, 이게 끝인가?
- 현진: 전시를 마치고 나서 ‘이게 끝인가?’ 싶었던 경험을 하신 적이 있었나요?
- 박수지: 네, 예전에 작가님들과 이야기하면서 전시 주제를 개진시킨 과정이 있었고 무척 흥미로웠는데, 막상 전시가 임박해 오면서 전시 오픈을 위한 물리적인 과정이 그간 해왔던 논의를 날아가버리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괴리감에서 당황스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시 오픈 후에 사람들이 전시 축하한다고, 전시 오픈을 축하한다 했는데, 오픈을 왜 축하하냐. 전시는 같이 얘기하려고 만드는 거지 축하하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며 괜히 심통을 부렸죠.
- 남영: ‘전시 오픈 축하한다’ 라는 말을 듣고서, 며칠 전 보았던 작업 피드백에 관련한 다큐멘터리 영상이 생각나네요. 그 영상에서 어떤 작가가, 전시를 하면 사람들이 작가 앞에서는 '전시 축하해요.' 라고 말하고 작가가 전시장에서 나가고 나서야 '진짜 토론이 시작된다.' 라고 말했는데 그 내용이 갑자기 생각났어요. (웃음)
- 박수지: 그런 식으로 으레 하는 뭔가가 있잖아요. 그런 걸 일부러 지양해 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사소한 것에 대해 계속 물어볼 수도 있고, 축하한다는 말 대신에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나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나는 너의 전시회에서 이런 걸 봤어. 그렇게 얘기를 할 수도 있고 어쨌든 으레 하는 것들 바깥에 뭐가 있을까를 계속 해보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요?
전시 보러 갈래? - 박수지와 함께 (1)
남영, 재훈, 현진, 지희
2023.07.01
전시 보러 갈래? - 박수지와 함께 (2)
남영, 재훈, 현진, 지희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