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하나연
<안녕하세요. 이나연(@jeonsimatzip)입니다.
재훈님과 손님이 주고 받으신 편지들 정말 잘 봤어요.
제가 오늘 이야기할 전시는 ‘올해의 작가상 2021’입니다.
최근에 저는 전시를 안+못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최근 전시 중에서는 쓸 전시가 없었고요. 하루에하나 아카이브 가장 밑에 있는, 재훈님이 보낸 첫 번째 편지에서 이 전시에 관해 이야기하셨더라고요. 특히 그 전시 중에서도, 오민 작가에 대해서요. 마침, 제가 전시 보고난 직후 오민 작가에 대해 써놓은 글도 있고, 재훈씨의 글 덕분에 새로 깨닫게 된 부분이 있어서 기억을 되살려 편지를 보내보려고 합니다. 감상의 지연이 1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다니...! 의미있네요.
저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던 2022년 1월에 이 전시를 보았는데요. 이 당시 양산형 전시에 지쳐있던 제가 정말 오랜만에 별 다섯 개짜리 전시를 봤다고 기록해 두었어요.✨
초반에는 보는 내내 네 개의 화면에서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을 동시에 찍는 줄 알았는데, 고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시점이더라고요. ‘그럼 네 채널 모두 다른 시점인가?’ 싶었는데, 겹칠 때도 있었고요.
음악은 뭘까? - 합창으로 흥얼거리는 듯하지만 각자 다른 시점의 사람들의 시차가 있었어요. 기계의 소리도 화음을 냈습니다. 영상의 시차와 음악의 시차들을 느끼면서 채널을 나누는 게 이런 이유로 나누는구나 싶었습니다.
재훈님이 언급하신 부분처럼,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영상이나 5채널 비디오, “필름” 등의 단어로 부르는 것이 재생 장치에 한정된 말 같이 느껴서 시간 기반 설치라고 부른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차례차례 파악하고 이해하며 감상의 지연을 몸소 느꼈는데요. 오민 작가의 작품을 보기 전 앞선 세 작가의 작업은 글을 우선 읽지 않고 들어가서 작업들을 본 이후에 글을 읽기 위해 참느라 노력했는데, 오민 작가의 작품이 있는 구역에서는 적극적으로 글을 안 읽고 싶어지는 작업이 이런 작업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앞선 세 작가의 작품들과는 독보적으로, 혼자만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고 느꼈는데요. 관람객이 많았는데도 정적이었고, 공간과 작업은 비어 있는데도 모두를 집중시켰다고 느꼈어요. 이전에 과기대 졸전 때 느꼈던 덜어냄의 미학과 힘 그걸 또 느꼈습니다. 애쓰지 않는 노력. 그 노력으로 인해 이전의 감상에서 느낀 피로도를 완전히 걷어내는, 아예 다른 미술관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보고 나와 아카이브 책들을 읽었는데 역시나 작가의 입에서 나와 책에 기록된 말에 내포된 의문들이 이 작업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재훈님의 편지 끝인사 쪽을 보면 다음에는 오민 작가의 책을 가지고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셨는데, 혹시 이야기 나누셨을까요? 당연히 나누시고도 남았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안하셨다면 저도 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저에게 있어서 이 작업의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가 변한 것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인데요. 2018년에 북서울시립미술관에서 오민 작가의 작품을 보았을 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는데, 4년 후에 본 오민 작가의 작품에는 이렇게나 좋아서 광분할 수 있음을 깨달은게 큰 의미가 있었어요. 작가도 변했겠지만, 보는 제가 가장 많이 변했다고 느꼈습니다. 그걸 실감하게 해주었던 고맙고 소중한 작업이었어요. 현재 제가 전시를 안+못 보러 다닌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미술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꼭 다른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제 자신을 일깨울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좋을 것 같네요.
전시를 보았던 당시에 제가 모르겠다고 느꼈던 건 스코어 영상이었어요. 설명에 따르면 관람객의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영상이 켜지고 사운드가 켜진다는데 그걸 감지한 결과를 보여주는 건가? 싶어서 아리까리 했습니다. 전시장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움직임에 따라 켜지는지도, 아닌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영상 자체도 이해가 덜 되었어요. 나중에야 재훈님의 편지를 읽고 이해가 되었어요. 스코어를 기준으로 15초, 30초, 60초가 지날 때마다 나머지 4채널 비디오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이 왜 그렇게 써있었던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손님 재훈님과 같이 이걸 알고 봤다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조금 더 끈기 있게 오래 쳐다봐서 스스로 캐치했으면 좋았을 것 같고요.
이 당시 전시에 같이 간 두 명의 친구가 있었는데요, 한 친구는 작가님이 천재라며... 매우 대담하면서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인상 깊었고, 의도나 깊이가 매우 충실하게 재현된 작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라는 속성에 대해 음악적 언어를 기반으로 관계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고요.
다른 친구는 하나의 대상을 다른 시선과 각도에서 보여주는 점이 독특했다고 했습니다. 격렬한 것 없이 잔잔한 영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어 시선들이 미세하게 다른 곳을 보고 있어 개인적으로 불안정한 감정을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영상과 맞아떨어지지 않는 소리도 그것에 한몫한 것 같다고요. 스크린이 여러 각도로 총 5개가 있었는데, 사이 많은 관계로 이것을 전체적으로 보기는 힘들었던 점이 아쉬웠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올해의 작가상 팜플렛과 홍보벽이 국립현대미술관의 로고와 연관 있으면서도 홀로그램으로 처리되어 특별한 느낌을 준 점이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슬슬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요, 두 분께서 이렇게 진행하시는 하루에하나 프로젝트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저에게도 영향을 줄 만큼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응원할게요!
오늘의 메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곧 보아요.
감사합니다.
나연 드림